date
2017.04.02
modification day
2021.04.13
author
김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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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잘하는 방법

연구(Research)란 도대체 무엇일까? 


연구란 다른 사람이 아직 하지 않은 새로운 지적(Intellectual)인 일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이니 당연히 창조적이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도 엿새 동안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 힘이 드셔서 마지막 날에는 푹 쉬시지 않았던가? 그만큼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대학원생은 학과 수강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하니 매우 바쁜 사람이다. 박사 학위 과정의 학생이라면 3-5년 내에 연구를 마무리 지어야 하고 회사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라면 짧게는 몇 개월, 길면 1년, 드물게는 1년 이상의 짧은 기간 동안에 연구 과제를 마쳐야만 인정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매일 매일 가시적인 연구 성과가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받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살기 위해서’ 또는 ‘할 수 없이’ 연구를 한다면 얼마나 사는 것이 피곤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과학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구에 대하여 진정한 관심과 애착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또 즐거운 마음으로, 즉, 남이 아직 하지 않은 일을 내가 한다는 그런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음 자세로 연구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연구에 왕도는 없겠지만 몇 가지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소개해 본다.


[1] 좋은 연구는 철저한 문헌 조사로 시작 


자기 자신이 연구 과제를 찾든 다른 사람으로 부터 연구 과제를 받든 그 시작은 항상 관계된 문헌을 찾는 일이다. 인간의 두뇌 또는 지능이란 비슷 비슷해서 내가 기발한 생각을 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 역시 어디에선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했을 확률이 높다고 우선 보아야 한다. 요즈음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문헌 조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세상이므로 우선 인터넷을 통해 관계된 문헌을 찾도록 한다. 


일단 최근의 Key reference paper가 입수/확보되면 그전의 관계된 논문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관련 논문들을 찾아서 책상 위에 쌓아 놓는다고 문헌 조사가 된 것은 아니다. 이들 논문/문헌들을 잘 읽고 어떠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었으며 어떠한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들인지 파악해야 한다. 


문헌 조사를 잘 하려면 우선 수집한 논문들의 Abstract들을 읽고 대략 주제별로 분류해 놓는 것이 좋다. 논문들을 찾아서 읽다 보면 제목은 거창한데 실제로 그 내용은 빈약하거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도 의외로 많다. 그리고 논문들을 읽다 보면 자신이 잘 모르는 내용이 많이 나오게 되는 수도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다른 사람이 몇달 또는 몇년에 걸쳐 해 놓은 일은 단숨에 읽고 100% 그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겠는가? 우선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고 그 중 핵심적인 논문들을 추려놓은 다음 자신이 할 연구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읽는 모든 논문의 기술적인 상세한 내용을 일일이 이해하면서 앞으로 나가려 한다면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우선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고 다음에 상세한 내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연구를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같은 논문을 읽고 자유 토론을 통하여 서로의 이해를 돕는 것도 좋다. 특히 Team으로서 연구 하는 경우에는 일단 어느 정도의 문헌 조사가 끝나면 소위 Brain Storming Session을 갖고 각자가 읽고 배운것, 알아 낸것, 생각해 본 것들을 모두 내놓고 함께 토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White Board나 Briefing Paper 에 각자가 알아낸 것들을 적어 가면서 나중에 함께 결론을 도출하도록 한다. 


[2] Serial Processing이 아닌 Parallel Processing이 효과적


우선 문헌 조사를 완벽하게 해 놓고 실험이나 이론 연구를 할 수도 있으나 (Serial Processing) 그보다는 문헌조사와 자신의 연구를 동시에 병행하는 방법(Parallel Processing)이 효과적이다. 만일 실험과 이론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연구라면 이들을 동시에 하는 소위 Multi-Tasking Approach를 취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머리는 한가지에 골몰하는 것보다 몇가지를 번갈아 할때 오히려 효과적이다. 요즈음의 청소년들을 보면 인터넷 게임/chatting/음악듣기/글쓰기/친구와 전화하기 등 동시에 수많은 일을 하는데 우리 인간의 두뇌가 그만큼 용량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구를 Parallel Processing의 방식으로 하면 문헌 조사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연구의 결과가 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게 된다. 가령 실험 연구를 하는 경우, 모든 실험 장치를 완벽하게 갖춘 다음 실험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일단 기초적인 장치를 갖추고 실험을 시작하고 그 진행 과정을 보면서 점차로 더 나은 장치로 완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 하다. 


[3] 실험 연구의 중요성


과학 기술의 연구는 대체로 실험연구, 이론 연구, 실험/이론 연구등의 세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실험 연구라고 하더라고 이론적으로 합당한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함은 지당하나 여기서 실험 연구라 함은 우선 실험 그 자체가 전체 연구의 핵심이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화학/화공의 역사를 보면 역사에 남는 아주 중요한 발견은 거의가 실험실에서 관찰된다. 수학적 모델이라는 것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가정(assumption)과 자연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모델 자체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들에 의한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험 연구는 이론으로 예측된 현상을 실제로 실험을 통해서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일단 타당한 가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을 하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뜻밖의 현상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일론이나 Ziegler-Natta 촉매의 발견 과정만 보아도 우연한 관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실험실에서의 실험 연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실험 연구는 많은 고통을 수반할 때가 많다. 생각한 대로 장치가 잘 작동이 안된다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을 조심스럽게 다루느라 신경 쓰이고 또 많은 시간을 본실험(Main experiments)가 아닌 잡다한 일들에 보내야 할 경우도 많다. 또한 부품을 주문해 놓고 몇주를 기다리느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할 때, 그렇지만 지도교수나 상사가 연구 진척상황에 대해 채근 할 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실험실에서는 항상 주위를 깨끗이 정돈하여 어떤 물건/장치/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Lab Note를 마련하여 매일 매일 자신의 일을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한 화학 실험은 많은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전에 신경쓰고 만일의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또한 실험실에서 나오는 각종 화학 폐기물을 싱크대에 몰래 버리거나 투기하는 것은 법적인 책임을 떠나 사람으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나쁜 짓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반드시 규정을 따라서 올바른 과정을 통해서 폐기하여야 한다. 또한 화학 실험실내에서 사용하는 그 어떠한 용기라도 그 안에 어떤 물질(액체, 고체, 기체등)이 들어있다면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Label을 반드시 붙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사항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안전 규정임을 기억한다.


실험 연구는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에 운동을 통하여 체력을 기르고 실험 도중에라도 가끔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히 마시는 등 기분 전환을 하도록 한다.


[4] 우수한 연구원은 날카로운 눈을 가져야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똑 같은 현상을 보면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게 마련이다. 우선 <이 실험은 이런 결과가 나와야 한다>라는 편견(Bias)를 버리도록 한다. 미리 그 결과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실험이라면 별로 할만한 가치가 없는 실험이다. 그리고 연구원은 반드시 연구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매일 매일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실험중에 관찰한 사항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한다. 그저 종이 쪽지에 적어 놓으면 나중에 흐지부지 없어져 버리게 되니 연구 노트에 실험 결과와 함께 반드시 모든 것을 적어 넣어야 후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컴퓨터로 계산을 하는 연구라면 계산상의 잘못을 찾아내기가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계산 결과의 의미를 꼼꼼하게 따져보아서 도저히 물리적,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면 처음의 가정이나 문제 설정에 오류가 있었거나 계산상의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이 있다. <실험 결과는 실험을 한 당사자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다 믿지만 컴퓨터 계산 결과는 계산을 한 당사자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이 말의 뜻을 한번 곰곰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메릴랜드대 화학공학과 최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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