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21.02.19
modification day
2021.02.19
author
김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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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구자란 무엇인가 ?

좋은 연구자는 종합 예술가와 같다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글도 잘 써야 한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논문이라는 글의 형태로 학계에 발표된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을 자신 없어 하며, 특히 이과 계열의 학생은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얼마나 효과적인 글쓰기를 통해서 어떠한 논리 전개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연구 결과가 가지는 중요도가 다르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결국 논문을 통해 다른 연구자를 (좁게는 리뷰어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논문이라는 것은 대개 영문으로 써야 한다. 한글로 글 쓰는 것도 자신 없는데, 영어로 쓰기는 더욱 어렵다.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그림도 잘 그려야 한다.

연구 결과는 논문에 들어가는 글로 전달되기도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어떨 때는 논문에 들어가는 그림 하나가 독자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기도 한다. 필자는 논문이라는 것들을 처음 읽으면서 논문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그림들은 과연 누가 그리는 것일지 궁금했다. 특히 단순한 그래프가 아니라, Figure 1.에 주로 들어가는 연구 전반적인 컨셉이나 실험 방법을 한눈에 설명하는 그림을 누가 그리는지 말이다. 사실 외국에는 이런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는, 자신이 스스로 그린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디테일까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연구자 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대부분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배우곤 한다. (필자는 캔버스라는 프로그램을 배웠다)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발표도 잘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 역시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고 자신 없어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학회나 초청 세미나와 같은 기회를 통해 발표하는 것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계에 전달하고 교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좋은 발표를 통해서 자신이 연구한 바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청중을 휘어잡기도 하지만, 또 어떤 연구자들은 발표 역량이 부족해서 자신이 연구한 것조차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리고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사람들과 잘 협업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대학원에 처음 들어오고 연구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때는 다른 사람과 협업하거나, 혹은 다른 연구자들을 내가 이끌어야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올라가며, 박사 학위를 받고, 드디어 자신의 연구팀을 가지게 된다면 이러한 협업 능력과 연구자로서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해진다. 여기에는 단순히 연구 능력뿐만이 아니라, 토론 능력, 의사소통 능력, 상대방을 동료로서 존중하는 태도, 리더십, 팀워크, 동기부여 능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일반 기업에서도 팀원으로서 아주 좋은 성과를 내던 사람이, 다른 팀원을 이끌어야 하는 팀장으로 승진해서 형편없는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좋은 팀장이었던 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해서 형편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팀원과 팀장, 팀장과 임원은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 자체가 크게 다르다. 대학원생이나, 일반 연구원과 연구팀의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연구원이되는지도, 또 어떻게 하면 좋은 PI (Principal Investigator)가 되는지도 배울 기회가 없다. 그래서 개별적으로는 좋은 연구자였던 사람이, PI가 되어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대체 어쩌라는 이야기인가?

 

나는 지금 대학원에 들어와서 실험 테크닉 하나 배우고, 논문 하나 읽기도 버거운데 이런 건 또 언제 익히라는 말인가. 부담스럽게 들릴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하기 전에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역량은 결코 대학원 생활 동안의 몇 년이라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살아가면서 평생에 걸쳐서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도 여전히 이런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출처: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엄태웅,최윤섭,권창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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